탐정사무소 “위고비로 비만 잡는다해도, 우리는 외로워질 것입니다”[내 몸 관리의 외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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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나서서 단속하고 규제한다고 해도 당분간은 관리하기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시민건강연구소 이사장)는 위고비 열풍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위고비는 ‘비만 산업’의 상품 중 하나로, 한국 사회 특성상 그 수요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위고비 열풍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폭발적인 수요를 발생시키고 있는 사회학적인 특성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지난 달 말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개인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인터뷰했다.
- 위고비, 마운자로 등의 인기가 ‘사회적 현상’이라고 할 정도로 크다.
“지방흡입처럼 이전에도 유사한 현상은 있었는데, 이번에는 약품 판매 형태로 나타난 것일 뿐이다. ‘비만 산업’이라는 산업적인 스펙트럼 안에서 봐야 한다. 기초과학, 의약 분야 중에서는 치매가 유사하다. 요새 치매 연구가 굉장히 인기다. 사람들이 가족 중 치매 환자 한 명이 나오면 집안이 거의 절단난다고 할 정도로 치매에 대해 큰 공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치매약에 대한 수요가 크다. 위고비는 비만 산업 영역에서 가장 수요가 크고, 제일 잘 팔릴 수 있는 상품이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 수요가 왜 큰지를 사회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건강하고 날씬한 몸을 가지고 싶은 욕망 때문이 아닌가.
“흔히 비만은 ‘건강 문제’라고 말하지만, 의과학적 지식에 기반한 수요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의 사회적 수요가 존재한다. 가령 청년들이 회사 면접 시에 체중이 좀 나가면 본인이 성실하지 못하고, 꼼꼼하지 못한 걸로 보여질까봐 두려워하지 않나. ‘자기관리’라고 하는 것을 넘어서서, 보건사회학적 용어로 ‘도덕화’(원래 도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닌 태도나 행위가 ‘옳다 그르다’의 영역으로 편입되는 것)가 됐다.”
- 비만을 각종 만성질환 확률을 높이는 질병 개념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 즉 비만의 ‘의료화’는 필요한 것 아닌가.
“의료화를 통해서 현대 의학으로 인해 생기는 실질적인 효과는 분명히 있다. 삶의 질이 올라가고, 질병이 예방된다. 비만을 치료하기 위한 (위절제술 등) 수술이라 하더라도 그렇다. 왜 부작용이 없겠느냐만, 수술을 해서 질병 위험이 줄어들고 효과가 있는 측면이 있다.
- 그렇다면 비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문제가 아닌가.
“의료화라고 하는 것이 의학적으로 치료의 동기나 이유가 있어 생기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욕망과 욕구를 파고들면서 이뤄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내가 비만 때문에 주위 시선도 안 좋고 취직도 안 좋고 너무 힘들고 신경이 쓰인다’고 하면 그 고통을 의료기술의 도움을 받아서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이때 그 사회가 의료 행위를 통해서 수익 추구를 할 수 있는 사회라면 그런 현상들을 더 열심히 찾아서 의료화가 되고, 그렇지 않은 사회라면 (의료 외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의 고통을 어떻게 더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관점 차이가 생긴다. 한국사회에서는 ‘비만의 도덕화’와 의학적인 수요를 계속 창출해내려는 영리추구형 의료체계가 맞물리면서 문제가 더욱 복잡하게 발생하고 있다.”
- 환자의 의학적 필요와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위고비를 처방하고 판매하는 의원들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인가.
“저는 위고비 문제에 한정해서는 개별 의원들의 영리 추구 영향이 열풍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본다. 현재 수가 구조에서는 약 처방보다는 다른 의료행위들이 더 수익이 크게 남는다. 일부 성지 의원들에게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으나, 모든 의사들에게 강력한 동기가 될 만하지는 않다.”
- 한국 의료체계의 어떤 특성이 문제인가.
“한국 의료시스템은 건강 문제를 (사회적 해결이 아닌) 의료 체계로 어떻게든 끌어들여서 병원을 찾아오게 하고, 약으로 해결하게 하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민영화된 의료시장, 행위별 수가제 등으로 인해서 의료 수요가 많이 발생할수록 이윤이 발생한다. 한국은 보험제도로 인해 의료이용의 경제적 장벽이 굉장히 낮은 편이다. 그래서 병이 아닌 것조차 병으로 만들어지고, 새로운 서비스가 생겨난다.
사회적인 수요와 민간 의료 제공자들의 동기가 합해지면서 기존에는 없던 수요를 제도권 의료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계속된다. 새로운 기계, 새로운 기술 도입, 신약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
- 왜 유독 한국이 더 그런 현상이 심할까.
“현대 서양의학이 과학기술 의존적이긴 하나, 한국이 특히 심하다. 제 가설은 한국이 서양식으로 근대화되는 과정에서 이런 관점이 더 심화됐다는 것이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것은 다 후진 것이고, 물질적인 것, 서구식 과학 기술이 선진적이다라는 생각이 사람들에게 문화적으로 정착됐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의 건강검진 문화다. 건강검진을 이렇게 많이 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노동자 복지의 하나가 좋은 건강검진 제공으로 여겨지고, 명절에 건강검진 상품권이 거래된다.”
- 다른 사회적 개입보다 의료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너무나 쉽고 익숙하게 열려있는 사회라는 설명이다.
“의료적 개입의 특성은 ‘즉효성’, 즉 바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비만의 도덕화와 이를 유도하는 의료체계가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해보자. 그렇다해도 의료체계를 바꾸는 데는 100년, 200년이 걸릴지 모르는데 내가 위고비를 먹으면 당장 얼마 후에 체형을 바꿔서 취업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그러면 위고비를 맞는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런다고 도덕적인 조언을 해준다고 해도, 바로 좋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위고비 문제에는 사회구조, 사람들의 욕망, 개인의 실존적인 한계 같은 문제가 다 섞여있다. 그래서 당국이 규제를 해도 쉽게 좋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 약으로 어떤 것이든 해결할 수 있다면 이것이 왜 나쁜가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건강을 관리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기돌봄’이다. 절주해라, 금연해라 하는 말들의 목적은 단순히 질병을 피하기 위한 것, 오래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아끼고 좋은 삶을 살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런 부분을 점점 더 많이 외주화하고 있다. 최근의 위고비 열풍이 이 같은 건강관리의 외주화의 최고봉이다. 정상체중인 사람조차 환경의 압박을 받아서 안 써도 될 돈을 쓰고, 부작용까지 경험한다.
내 건강을 남에게 맡기면 ‘자기소외’ 현상이 발생한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게 된다. 한국 사람들이 객관적인 건강지표와 주관적인 건강지표의 차이가 큰 것은 이것 때문이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은 자기 돌봄에 대한 나의 태도나 능력을 다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 사회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결국은 사람들이 자신을 확신하지 못하게 되면서, 굉장히 우울해질거다. 체중 문제는 해결될지 모르지만, 자기 자신이 생각하는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모르게 되는 것이다. 특히 비만처럼 신체 이미지와 밀접하게 연관된 영역에서는 건강한 자아를 만들기가 어렵다.”
- 어떤 대안을 고민해야 할까.
“견강부회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저는 ‘차별금지법’같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한국 사회는 외모, 피부색 같은 것들로 그 사람의 내면의 특성을 규정하는 데 너무나 익숙하다. 가장 극적으로 나타나는 형태가 차별이다. 비만에 대한 차별도 광범위하게 문화적으로 퍼져있다. 차별금지법 같은 것이 우리사회가 전체적으로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겠나.”
- 제도적인 해결책은 무엇이 있을까.
“(무분별한 사용을) 막기는 어렵겠지만,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비만치료제를 급여화해야 한다. 또한 구조적인 차원에서 운동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자기돌봄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노동시간을 줄이는 등 제도적 해법도 마련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의 한 사립대학에 ‘대자보 철거’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달 9일 A대학교 총장에게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학내 게시물을 통해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사건은 A대학 재학생 2명이 지난해 5월 진정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A대학은 B씨가 세월호 10주기 추모 대자보를 부착하자, 학교 규정상 홍보물 규격에 어긋난다며 철거했다. 이후 규격에 맞는 홍보물의 대자보를 붙였으나 학교 측이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시 철거했다. C씨는 A대학 시설 운영 등을 비판하며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조성하라는 대자보를 부착했으나, 학교 측은 이 역시 떼어냈다.
학교 측은 이 대자보들이 규격 제한 규정을 따르지 않고, 사전에 학교 본부의 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철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A대학의 ‘홍보물 게시에 관한 규정’에는 우선시 되는 홍보물 기준에 ‘대학 차원의 홍보’ ‘각 학과의 홍보물’ 등이 포함됐지만 학생들의 정치적·사회적 의사 표현은 담기지 않은 상태였다. 인권위는 “이 규정 때문에 학생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 사회 문제에 대한 의견, 학교 운영에 대한 비판 등의 내용을 표명하는 게시물은 학교 내 게시판에 전혀 게시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홍보물을 게시할 때 ‘사전 승인’을 거치도록 한 규정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건전한 의견표명과 자치활동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며 “대학 내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통해 공동체의 문제를 해소할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게 된다”고 판단했다.
A 대학은 ‘정치 활동으로 학교의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 학생’을 징계 대상으로도 규정하고 있었다. 인권위는 “징계 규정은 정치적 의사 표현이나 학교의 운영과 관련한 비판적 표현을 대자보로 자유롭게 게시하는 행위를 제한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학생의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을 게시 방안을 마련할 것과 ‘정치적 의사 표현’ 관련 학생 상벌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한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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